Focus
모어앤모어, 세계 발명가들을 놀라게 하다
2021-12-20 교육
캠타 입주기업 모어앤모어, iENA 은메달·유럽발명협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랑프리’ 수상
박민희(국어국문학과)·송유빈(미디어학과) 18학번 학생, 휴대용 점자 라벨기 ‘점점더’로 참여
휴대용 점자 라벨기 개발하며, 점자 메뉴판 프로젝트 진행 전국 70여 개 매장에 도입
캠퍼스타운 입주기업인 ‘모어앤모어’가 ‘독일 국제 아이디어·발명·신제품 전시회(International Trade Fair “Idea-Innovation-New Product”, 이하 iENA)’에서 은메달과 유럽발명협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랑프리’ 상을 받았다. 1948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iENA는 독일 최대 규모와 최장 역사의 대회다. 매년 전 세계 약 30개국 700여 팀이 참가한다. 올해는 11월 4일부터 7일까지 개최됐는데, 코로나19로 지난해 행사가 취소돼 2년 만에 열렸다. 18학번 동기인 모어앤모어 박민희(국어국문학과)·송유빈(미디어학과) 학생을 만나 iENA 수상 소감과 사업의 발전 상황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모어앤모어와의 인터뷰는 1년 사이에 두 번째이다. 지난해 휴대용 점자 라벨기 ‘점점더’로 생활발명코리아에서 대통령상과 캠퍼스타운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아 인터뷰했었다.(관련 기사: 당연한 것이 ‘점점더’ 당연해지는 세상) 이번 iENA의 성과도 점점더로 거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존의 점자 라벨기는 크기가 크고 무거우며, 가격도 비싸다. 구매가 부담스러워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운데, 점점더는 스마트폰 정도의 크기로 작고 가볍다.
두 학생과의 인연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진행한 모금 활동이 그것.(관련 기사: 학생 마음을 모아 기적을 만들다) 당시 이들의 사연이 사회 곳곳에 퍼졌고, 이를 통해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기부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선한 영향력을 펼친 일이었다. 이들의 관심은 사회적 약자로 향해있다. 점점더의 아이디어도 두 학생이 시각장애인 관련 다큐를 보다 떠올렸다.
도전 과정으로 생각한 iENA, 특별상으로 경험과 자신감 쌓아
창업 이후 1년이 지난 박민희·송유빈 학생은 끊임없이 도전 중이다. iENA도 그 과정이었다. 박민희 학생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랑프리 상에 큰 의미를 뒀다. 그는 “좋은 경험이 되리라 기대하고 나간 대회였는데, 좋은 결과도 얻어서 뜻깊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랑프리 상은 참가자 중 한 팀에게만 주는 상이라 더 기뻤다”라며 수상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어 “독일이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잘 된 국가이기에 직접 방문하면 더 배울 것이 많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참가 이유도 밝혔다.
송유빈 학생은 “휴대용 점자 라벨기의 수요가 장애 복지와 인프라 구축이 더 잘 된 해외에서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해왔다. 이런 예측을 검증하고 싶었다”라며 “현지에서 우리의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수상도 의미가 있었지만, 그들은 경험과 자신감을 쌓고 왔다. 참가부터 도움을 준 교내 부서들과의 신뢰는 미래의 든든한 자산이다. 창업 시점부터 인프라를 제공해오고 있는 캠퍼스타운사업단은 물론이고, 창업보육센터, 산학협력단의 지원이 이들의 성취를 이끌었다.
iENA 대회 참가에는 아이템을 설명할 카탈로그와 소책자, 현장에 설치할 부스, 배너 등이 필수다. 창업보육센터가 이런 제작비와 경비 일부 등을 지원했다. 가장 큰 문제인 비용을 해결할 수 있었다. 박민희 학생은 “절박한 마음에 이메일을 보냈다. 어느 부서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몰라 산학협력단과 창업보육센터 등에 연락했다”라면서 “도움을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큰 힘이었다. 수상 후 말씀드리니 누구보다 기뻐해 주셨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캠퍼스타운사업단에 입주해서 창업하니 연락하기가 좀 편했다. 우리에게는 든든한 배경 같은 느낌이다. 창업 지원이 체계적이라 큰 도움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3시간 거리 찾아와 응원 전한 팬, 유럽발명협회 회장의 응원 자신감으로 쌓여
독일에서는 뜻밖의 경험도 했다. iENA가 개최된 뉘른베르크에서 3시간 떨어진 뮌헨에서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 박민희 학생은 “자신을 독일인 팬이라고 소개했다.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의 채널에 올라온 영상(링크)으로 우리를 알고, 모어앤모어의 공식 SNS를 봐왔다고 하더라. 우리가 독일에 왔다는 소식을 보고 한달음에 와주셨다”라면서 “감사한 마음에 같이 사진을 찍는데 손을 덜덜 떠시더라. 우리가 아이돌이 된 것 같았다(웃음)”라고 말했다. 송유빈 학생은 “우리 같은 팀이 독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감사했다. 한국에서 우리를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힘든데, 먼 독일에서 우리를 알아보는 분이 있어 생경했다”라고 말했다.
조아킴 베이더(Joachim Bader) 유럽발명협회(Association of European Inventors, AEI) 회장도 이들의 아이디어를 극찬했다. 송유빈 학생은 “너무 바쁜 일정이라 박람회 이후 바로 행사장을 나가려는 와중에 베이더 회장님이 우리를 불렀다. 우리에게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칭찬해줬다. 도전 정신을 갖고 계속 발전하라고 응원해주셨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1년 전과 같은 ‘시제품 출시’이다. 국가와 대학,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아이템이지만 이를 실현할 기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송유빈 학생은 “진행할수록 고도의 기술이 필요함을 느낀다. 기기의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라벨 용지에 적절한 압력으로 점자를 찍을 모터와 배터리를 모두 넣기 어렵다”라고 과제를 밝혔다. 이들은 관련 분야에서 충실히 경력을 쌓아온 회사와의 협업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점점더 출시 기다리며 진행한 점자 메뉴판 프로젝트 뜨거운 반응
모어앤모어는 점점더의 출시를 기다리며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모두 행복한 세상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점점더가 첫 발자국이었다면 두 번째 발자국은 ‘점자 메뉴판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리빙 랩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캠퍼스타운사업단을 통해 홍릉도시재생센터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점자 메뉴판을 요청한 지역 상인들에게 제공해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편하게 했다.
메뉴판은 카페나 음식점의 이미지 결정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디자인에도 신경 썼다. 디자인을 위해 송유빈 학생의 친구인 배현정 학생(인하대 디자인융합학과 18학번)이 모어앤모어에 합류했다. 배현정 학생의 작업물을 본 송유빈 학생의 요청으로 디자이너로 함께하게 됐다. 메뉴판의 디자인과 iENA에서 사용한 소개 자료와 회사 영상 등을 제작해 모어앤모어를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점자 메뉴판을 시작하며 이들은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찾았다. 애용하던 카페와 식당 등이었다. 이를 통해 동대문구 30여 개의 업장에 점자 메뉴판을 도입했다. 전국에는 약 70개의 메뉴판을 보급했다. 동대문구에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가 전국으로 확장된 데에는 반가운 우연의 영향도 있다. 앞서 언급된 시각장애인 유튜버의 채널에 메뉴판이 노출된 것이다. 이후 다양한 곳에서 점자 메뉴판 제작 의뢰가 왔다.
모어앤모어의 창업은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목표로 시작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취업을 목표로 대학 생활을 보내지만, 이들은 도전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다. 두 학생은 입을 모아 “휴대용 점자 라벨기를 세상에 출시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창업을 일 년 동안 이어오며 목표에 대한 욕심도 쌓이고 있다. 점자 메뉴판 프로젝트에 맵핑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도 세웠다.
대중의 반응도 전해져, 출판까지 확장된 ‘점자 일상화 프로젝트’ 구상
일면식 없는 대중의 반응도 이들이 휴대용 점자 라벨기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다. 점자 메뉴판 프로젝트로 모어앤모어를 접한 대중들이 이들에게 응원을 전해오고 있다. 사회를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송유빈 학생은 “우리 활동에 새롭게 감명을 받았다는 분들도 연락을 주더라.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한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모어앤모어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비전도 세웠다. 박민희 학생은 “새해가 되면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휴학하지 않고 학업을 유지하면서 창업해오고 있는데, 할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고 다짐한다”라며 “개인적 욕심으로는 점자 환경이 잘 구축된 장소를 소개하는 맵 서비스와 점자 메뉴판 프로젝트를 확장해 구축할 ‘점자 일상화 프로젝트’가 출판물 제작까지 연결되게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송유빈 학생은 “iENA에 다녀오기 전에는 우리 아이디어가 해외에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해외 소비자, 바이어, 투자자 등의 긍정적 의견들이 힘을 내게 했다”라면서 “심리적 거리감이 없어졌다. 시장을 해외까지 넓히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모어앤모어는 지난해에 이어 캠퍼스타운사업단이 운영하는 창업센터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홍릉 바이오·의료창업센터에 있다가 올해 삼의원창업센터로 이전했다. 캠퍼스타운사업단이 지원하는 캠퍼 2기로 선정됐다. 삼의원창업센터는 기숙사였던 삼의원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창업 공간이다. 박민희 학생은 “기존 창업 센터보다 3배 정도 많은 팀이 입주해있다. 수면실, 샤워실, 보드 게임방, 헬스장 같은 공간이 마련돼 있더라. 아직 입주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다양한 팀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좋다”면서 삼의원창업센터를 소개했다. 송유빈 학생은 “삼의원 기숙사를 그대로 둔 기숙사실 '기억의 방’도 있다.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모두 많은 창업 센터라 창업 활동이 더 수월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상을 점점 더 살기 좋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모어앤모어의 성장과 함께 경희 창업 생태계도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영상 송민우 smw0821@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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