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희학원 설립자 탄신 100주년·경희학원 60주년 기념식 거행
2021-12-02 교류/실천
11월 26일 유튜브 생중계···경희 역사와 설립 정신 기리며 전환시대 소임·책무 새겨
조인원 이사장 “시대의 한계에 맞서 새 미래를 세우는 일이 우리의 시대적 과업”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 탄신 100주년·경희학원 60주년 기념식’이 지난 11월 26일(금) 오전 10시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열렸다. 행사는 설립자 탄신 100주년과 출범 60주년을 맞아 경희학원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를 성찰하는 자리였다. 지난 세기 세계대전과 냉전시대의 험로를 헤치며 평화로운 인류사회, 인류 보편가치 구현을 위해 노력해 온 경희학원의 역사를 기리는 한편,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에 새롭게 주어진 소임과 책무를 새기고 실천 의지를 다졌다. 행사는 △추모 묵념 △미원의 생애와 경희학원의 길 발표 △미원기념사업회 비전 브리핑 △설립자 주요 저서 윤문본 봉정 △기념사 △기념공연 순서로 진행했고,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경희 서사의 시작, 양심이 무너진 현실 마주하고 문제 본질 깊이 성찰
기념식은 가곡 ‘바우고개’를 연주하는 트럼펫 독주 선율이 애잔하게 울려 퍼진 가운데 시작했다. 이 곡은 설립자 조영식 박사와 오정명 명예이사장 내외의 애창곡이었다. 초창기 피란지 부산캠퍼스 시절 학교 재정에 보태려고 노점상을 하던 때, 맨주먹으로 시작한 신생 학원이 겪게 마련인 재정난이 끊임없이 이어지던 때, 설립자 내외는 북녘에 두고 온 고향의 향수와 삶의 고초를 달래며 ‘바우고개’를 함께 불렀다.
‘바우고개’의 트럼펫 선율 위에는 경희정신의 모태가 된 설립자의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1951년 5월 18일 발행) 발췌문이 띄워졌다. “사회가 어떻게 변하든지 시대가 얼마나 흘렀든지 간에 항상 옳을 수 있는 양심을 만들기 위하여서는 옳고 보편타당한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다. 진정한 자유와 평화 건설로 문화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경희의 시작은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민족의 비운과 세계의 비극이 함께 했던 그 역사에서 양심이 무너진 현실을 마주하고, 문제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는 것이었다. 경희는 기성정치의 이념과 체제,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루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 ‘문화세계’를 꿈꿨다. 출발은 미약했다. 1951년 5월 18일 성재학원(1949년 설립)을 인수한 경희는 그때 넘어온 거액의 은행 부채를 떠안고, 부산 동광동에 마련한 판자 교사 세 채가 전 재산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유치원에서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 이르는 일관교육 체제의 터를 닦은 뒤 경희사이버대학교, 경희의료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후마니타스 암병원을 설치·운영하며 학술·교육·실천·의료를 아우르는 종합학원 체제를 수립했다.
경희의 가치와 철학은 심오했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진화했다. 1948년 발간한 『민주주의 자유론』에서 개화해 1951년 『문화세계의 창조』, 1975년 『인류사회의 재건』, 1979년 『오토피아』를 거치며 전승화(全乘和) 철학으로 정립된 설립자의 사상은 경희정신에 오롯이 담겨있다. 설립자는 우주의 인과 관계 속에서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전일적(全一的) 세계관을 구축하고, 인간의 자유의지가 발현되는 창조적 역동성을 강조했다. 우주, 세계, 인간을 유기적 통일체로 바라보는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지구 공동사회로서의 인류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했다.
“미래 향한 꿈과 포부에 잇대어 현실 개선하려는 삶 일궈나가야”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실존의 순간, 미래를 세우려면’이라는 제목의 기념사를 통해 “유아교육과 중등교육, 고등교육과 시민교육, 의료 분야에서 보건 분야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미래가 청하는 이 모든 길에 함께한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경희는 내일을 향한 발길을 재촉할 수 있었다”며 대학 건학 72년, 학원 출범 60년 역사를 써내려온 이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울러 “우리는 지금 ‘실존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삶의 근본 토대인 땅과 바다, 대기가 크게 흔들리는 위기의 시대의 한계에 맞서 새 미래를 세우는 일은 오늘을 호흡하는 우리의 시대적 과업”이라며 그 과업을 수행하는 데 경희 설립의 서사가 참고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포화와 총성이 울려 퍼지는 전쟁, 이념 갈등과 폭력의 현장에서 경희는 새 세계를 갈망했다. 설립자는 『문화세계의 창조』에서 당시 시대적 갈망을 이렇게 전했다. “새로운 세기는 새로운 정치 이념을 필요로 한다. 세계는 지금 조난당한 파선(破船)! 창망한 바다 한가운데서 구원을 기다리고 있다. 묘안과 창의적인 방안을 찾지 않는 한 침몰은 막을 수 없다.” 경희 설립의 서사는 시대의 부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조 이사장은 “지금은 또 다른 차원의 시대적 부름을 말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아와 궁핍, 인권과 보건, 테러와 폭력 등 오랜 지구적 난제와 함께 핵과 첨단무기의 공포, 인간 통제를 벗어날지 모를 인공지능의 출현 예고, 환경과 생태 위기, 기후재앙의 가능성이 이 시대의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현실은 인식과 해석, 지식과 안목의 지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역설한 그는 “우리는 현실의 무게를 관리하는 동시에 현실에 매몰되지 않는 삶, 미래를 향한 꿈과 포부에 잇대어 현실을 개선하려는 삶을 일궈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갈망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개개인의 또 다른 소임”이라고 제시했다.
그런 의미에서 경희는 ‘문화세계의 창조’ ‘학문과 양심의 자유’의 가치를 향한 꿈과 열정을 키우면서 미래의 무한 가능성을 열어갈 지혜와 협력, 새로운 실천의 길을 열어야 할 시대적 책무를 안고 있다. 조 이사장은 이를 강조하며 “새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 조인원 이사장 기념사 ‘실존의 순간, 미래를 세우려면’ 전문 보기
미원기념사업회, 설립자 사상 새롭게 조명해 미래사회를 위한 문명사적 서사 제시
설립자의 생애 업적과 철학을 계승·발전시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희학원 미원기념사업회는 설립자의 대표 저서 『민주주의 자유론』 『문화세계의 창조』 『인류사회의 재건』 『오토피아』 윤문본을 봉정하고, 비전을 발표했다. 네 권의 책은 오늘의 경희학원을 만든 가치와 사유의 원천이자 인류사회가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희학원은 추후 네 권의 책을 타임캡슐에 담아 후대에 전달하면서 경희정신 계승·발전의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관련 기사 보기: 경희학원 설립자 탄신 100주년 맞아 저서 윤문본 봉정)
미원기념사업회는 비전 ‘RE-Connect MIWON, RE-Invent the Future’를 토대로 설립자의 철학과 사상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오늘의 인류사회와 미래사회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주, 세계, 인간을 유기적 통일체로 바라보며 인류가 함께 이뤄야 할 인류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한 미원의 전승화 철학을 더욱 깊게 조명한다.
미원기념사업회는 기념관 건립, 아카이브 구축, 미원평화상 제정 등 기념사업과 함께 인간·문명·평화·미래를 축으로 공적 담론과 실천의 장을 열어가는 ‘전환문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최관호 미원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미원 100년의 사유를 기념하며, 또 다른 100년의 미래를 새롭게 조망하는 사업에 경희인과 세계시민, 미래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함께 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은 음악대학 강석희(지휘), 이아경(메조소프라노), 신상근(테너) 교수와 재학생의 기념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이들은 설립자가 작사한 가곡 ‘목련화’를 함께 부르며, 고난을 헤치고 새 시대를 열어가는 선구적 삶으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일궈가자는 열정과 염원을 담고 있는 노랫말의 의미를 되새겼다. 음악대학 구성원이 팬데믹의 또 다른 현실을 맞아 각자 공간에서 연주하고, 노래한 영상을 한데 모아 편집한 이번 공연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만들어낸 각별하고도 아름다운 하모니로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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