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약학대학 강의실을 가상공간으로 옮기다”
2021-10-08 교육
대학원 기초약학과 규제과학전공, 가을학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메타버스에서 진행
학부 약학과, 실무실습 중 학생을 위한 환자사례연구 수업 메타버스에서 진행
약학대학이 대학원과 학부의 강의 공간을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Gather Town)으로 옮겼다. 대학원 의약품 규제과학과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고, 학부에서는 5학년 강의 중 환자사례연구를 진행했다. 메타버스는 비대면 강의가 길어지면서 부족해진 학생과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던 약학대학에서 선택한 돌파구다.
메타버스로 처음 등교, 시설은 사용할 수 없어도 함께 모였다는 느낌은 있어
2021학년도 가을학기 대학원 의약품 규제과학과에 입학한 신입생 전원이 가상공간에 모였다.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개최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4명이 입학한 이 학과는 코로나19로 개최하기 힘들었던 오리엔테이션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개최했다. 오프라인과 같진 않았지만, 학생을 반기는 약학대학 구성원과 학생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행사는 규제과학과 신설의 원동력이 된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의 연구책임자인 서혜선 교수의 개회로 시작됐다. 이후 임동순 학장과 강주혜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조정과 과장의 환영사와 교직원 소개,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 소개, 학사 및 교육과정 소개, 신입생 소개 등이 이어졌다. 임동순 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신입생의 입학을 축하드리고, 약학과로 시작한 경희대 약대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약학대학도 대학원 규제과학과 신설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라며 신입생을 응원했다. 학생들은 캐릭터의 몸을 흔들거나 하트 이모티콘을 보내며 반응했다.
강주혜 과장은 지난해 규제과학 인재 양성 사업을 준비하던 시점을 떠올렸다. 연구 역량과 더불어 규제의 틀을 넘을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산업계의 요구와 코로나19로 인한 의약품 시장의 발전 요청이 잇따르던 시기였다. 강주혜 과장은 “연구와 규제의 계곡을 넘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연구 역량과 규제 역량을 모두 갖춘 귀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오늘 경희대 의약품 규제과학과에 입학하는 여러분이 이 두 역량을 모두 갖춘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며 식약처도 응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는 규제과학과의 탄생 의미와 교육과정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대학원 의약품 규제과학과는 이름대로 의약품 유효성 평가 분야에서 규제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석·박사급 규제과학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학과이다. 학생은 의약품 개발 실무에 참여할 수 있고, 합리적으로 규제과학을 접목시킬 수 있는 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의약품 인허가를 위한 실무인력 양성과 동시에 첨단·바이오 의료제품, 임상·계량약리,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접목해 규제과학적 관점을 기를 수 있게 다학제적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세 개 트랙에서 의약품 유효성 평가 분야를 혁신하는 석·박사급 규제과학 전문인력 양성
교육은 △신종감염병·난치성질환 치료를 위한 첨단·바이오 의료제품 평가 △임상·계량약리 기반 임상시험 및 의사결정과정 혁신 △보건의료 빅데이터 기반 의약품 유효성 평가기술 및 규제시스템 개발 3가지 트랙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트랙별로 전공선수, 공통, 기초, 심화 등으로 나뉘어 있고, 문제중심학습, 사례연구, 프로젝트 교육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현장실습과 프로젝트 교육도 병행할 예정이다.
신종감염병·난치성질환 치료를 위한 첨단·바이오 의료제품 평가 트랙은 약학대학 부학장인 김종호 교수가 진행한다. 관련 분야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신종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치료제, 유전자·세포치료제 등에 대한 유효성 평가 기술을 선도하는 신진 연구자와 현장 전문가 양성이 목표이다. 세부 교육 내용은 △실험치료학 △바이러스학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과목 등으로 구성했고, 인경수·구태영 약학대학 약과학과 교수와 최진우 약학대학 약학과 교수, 임성빈 의과대학 교수가 강의를 담당한다.
임상약리·계량약리 기반 임상시험 및 의사결정과정 혁신 트랙은 규제과학과 학과장인 정은경 교수가 진행한다. 이 트랙에서는 임상약리학·계량약리학 등의 지식을 기반으로 개별 환자들의 특징을 반영하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맞춤형 의약품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계량약리학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의 성공률을 제고하는 최적의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의약품 개발 전 과정에서 의사결정 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정은 △치료과학 △계량약리 △규제과학 △임상약리 △임상시험 등으로 구성되었고, 김보형·이지현 의과대학 교수가 참여한다. 정은경 교수는 “임상약리학은 무엇보다 의대와 약대의 융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약학 융합 연구가 학교와 병원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경희대가 강점이 있어, 의약학 융합 교육 및 연구를 기반으로 신진 연구자와 현장 전문가를 양성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헬스 및 바이오마커 기술을 임상시험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임상시험 및 의사결정 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교육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기반 의약품 유효성 평가기술 및 규제시스템 개발 트랙은 이번 사업의 연구책임자인 서혜선 교수가 진행한다. 이 트랙에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리얼월드데이터(RWD)·리얼월드에비던스(RWE)를 분석 및 생성하고, 정량적 위험-편익 분석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의약품의 유효성 및 규제평가 기술, 신약의 성공적인 시장진입(마켓 엑세스)를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기술을 보유한 사회약학 신진 연구자와 현장 전문가를 양성한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빅데이터 중 하나인 공동데이터모델(CDM)도 교과 과정에 포함할 예정이다. △임상성과 △데이터 분석 △의료정보 등의 과목을 차재명·전숙 의과대학 교수, 장보형 한의과대학 교수 등이 교육한다.
석사과정에 입학한 이혜선 학생은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았다. 제약업계에 있으며 보건의료 데이터에 관심을 가진 것이 시작이었고, 실무단계까지 완벽하게 확장되지 않아 해볼 것이 많다는 생각도 했다. 이혜선 학생은 “관심 갖던 중 규제과학과가 신설됐다는 사실이 정말 반가웠고,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곳에서 동료들과 고민하고 방향을 찾고 싶어 입학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이라 대학원 생활이 단순한 온라인 강의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는 학과의 모습을 보면서 안심했고 동기부여도 됐다. 최신 과제로 구성된 커리큘럼에 기대감이 생겼고, 고도화되는 바이오헬스산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가상현실에서 만난 팀원들, “실제 팀플 같은 느낌도 받아”
학부 약학과 ‘환자사례연구’ 수업도 같은 플랫폼에서 진행했다. 5학년 ‘약물치료학’ 강의에 다루던 내용을 가상 환자에 적용하는 형태의 수업이었다. 환자의 임상영양, 복용약물, 동반질환, 임상검사결과 등이 포함된 가상 사례를 학생과 함께 분석하고, 해당 가상 사례의 환자 약물치료와 관련된 문제와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사례 연구 수업이다.
총 48명의 학생이 게더타운에 마련된 약학대학에 모였다. 이들은 총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사례를 분석했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주관적 요소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이번 강의는 ‘산-염기 장애’를 주제로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의 사례가 제시됐다. 검사 결과에서는 대사성 산증으로 판단되는 소견이 나왔고, 그 원인은 기저질환인 고혈압으로 인한 신손상으로 보이는 사례였다. 참여 학생들은 실시간 채팅과 음성으로 의견을 공유하며 DRP(Drug Related Problem) 목록을 작성해 우선 순위를 정했다. 이에 맞는 치료 선택지에 대한 평가와 약물치료 목표 설정, 약물치료 계획 수립 등의 활동을 했다.
약학대학 김동현 학생(17학번)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처음 사용해봤지만, 친숙함을 느꼈다. 게임과 유사한 인터페이스가 위화감을 없애준 요소였다. 게임 중에 음성 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있는데 PBL 수업에서 토의를 진행하며 오프라인 수업과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비대면 강의는 뭉치고 흩어지고를 반복하기에 번거로움이 있었다. 메타버스 강의에서는 둘만 대화를 할 수도 있고, 특정 공간에 들어간 아바타끼리만 대화할 수도 있었다. 아바타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인지 오히려 실제 팀플과 같은 느낌도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수업에 참여한 이소민 학생(17학번)은 메타버스 수업에 대한 우려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한 회사가 메타버스로 진행한 회의가 집중이 어려워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는데, 수업으로 경험하니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라며 “가상공간이지만 아바타의 거리에 따라 목소리 크기가 다른 점 같은 생동감 넘치는 요소가 집중을 도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줌(Zoom)을 통한 강의는 일방적인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 수업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 좋았다. 아바타가 개개인을 대변해 실제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효과는 수업에 집중도도 높이는 기능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동현·이소민 학생은 이번 강의가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줬다. 두 학생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멀리 있는 사람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현 학생은 “실험, 실습은 현실적인 이유로 제한적인 경우도 많은데,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의 기술까지 반영되면 앞으로는 더 실감나는 강의가 가능할 것 같다”라며 “지금과 같은 수업의 혁신이 꾸준하게 이루어지면 재학생들도 대학에 자긍심을 갖고 사회로 나갈 수 있고, 입학할 후배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겠다”라고 밝혔다. 이소민 학생은 “메타버스 내에서도 공간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토론대회나 박람회 같은 큰 행사도 메타버스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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