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시민 관심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책 변화 이끈다

2021-07-16 교류/실천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세미나에서 한국·영국·일본 기후에너지 정책 전문 학자, 기업인, 국제기구 분석가, 환경 전문가 등이 화상으로 만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 환경의 날 기념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 개최(1) 특강
환경 정책 전문 학자·기업인·국제기구 분석가 등 모여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 공유

미래문명원이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경희는 지난해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진행된 ‘2020 Peace BAR Fastival’ 국제 회의에서 팬데믹과 기후위기 속에서 미래 세대와 함께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내외 기후에너지 정책 전문가와 함께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해 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각국이 펼치고 있는 정책의 방향은 어떠한지 등이 주제였다. 세미나는 5개 특강과 전문가 패널이 함께하는 토론으로 구성됐다. 기사는 다섯 명의 연사가 참여한 특강과 패널 토론으로 나눠 구성됐다. 첫 번째는 특강이다.<편집자 주>

1972년, 전 세계 114개국 정부 대표가 모여 세계인의 환경 보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6월 5일을 ‘세계 환경의 날’로 정했다. 그리고 2021년, 문명의 이기로 비약적인 기술 발전 혜택을 누려온 현대사회는 기후변화 대응의 성패를 좌우할 기로에 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기준으로 1.5℃ 이내로 제한하는 경로를 제시했다. 전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의제로 기후위기에 맞서는 국제사회의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세미나 첫 번째 순서인 특강은 △한국의 2050 탄소중립(경희대학교 오형나 국제학과 교수)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기후에너지 정책(영국 런던대학교 마이클 그럽(Michael Grubb) 교수) △일본의 탄소중립 2050 방향(일본 와세다대학교 토시 아리무라 교수(Toshi Arimura) 교수) △기업 ESG 경영의 방향 및 현황(SK그룹 SUPEX 협의회 이형희 위원장) △세계은행의 1.5도 타깃 및 에너지 정책(세계은행 홍이슬 분석가)을 주제로 진행됐다.

세미나 첫 순서로 다섯 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특강이 진행됐다. 특강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경희대 오형나 교수, 영국 런던대 마이클 그럽 교수, 와세다대 토시 아리무라 교수, SK SUPEX 이형희 위원장, 세계은행 홍이슬 분석가.

한국의 그린뉴딜, 정부·기업·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오형나 교수가 특강 첫 번째 순서로 나섰다. 오 교수는 ‘한국의 그린뉴딜(K-GND, Korean Green New Deal)’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국판 뉴딜의 일부인 그린뉴딜은 정책 패키지로 개발됐다. 대규모 재정투자 동원, 경제활동 촉진, 신속한 일자리 창출 등이 목표다. 오 교수는 한국이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내·외부로 나눠 소개했다.

내부 이유는 한국이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세계 8번째 국가라는 점 등을 꼽았다. 이런 이유로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LEDS)’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면서, 정부가 탄소중립을 한국의 LEDS 목표로 채택하고, ‘2050 탄소중립 계획’을 공표했다는 설명이다.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외부 동기는 경제적 이유다.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충분치 않거나, 탄소가격제가 기준에 미달하면 수출 시장에서 ‘탄소국경세’라고 하는 추가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안타깝게도 한국의 수출품 대부분이 탄소집약도가 높다”며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정부의 재정 여력은 녹색 전환을 실천할 만큼 충분치 않다”며 “민간 영역의 참여가 그린뉴딜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분야의 녹색 투자, 민간 기업의 녹색 전환, 대중의 협조 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오 교수는 녹색 물결에 동참하는 전 국민적 노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특강을 마쳤다.

“남은 과제는 화학산업 탄소배출량 줄이기”
오 교수 다음으로 마이클 그럽 교수가 특강을 이어갔다. 그럽 교수는 ‘영국과 EU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소개했다. 영국은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많이 줄여나갔다. 그리고 2030년 중반까지 1990년 수준보다 78%를 더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그럽 교수는 “2005년부터 감량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전력시스템 변화’가 핵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변화는 가스 발전소 운영비 절감에서 시작된다. 석탄은 가스보다 두 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영국은 풍부한 가스를 보유한 국가다. 영국은 이런 특성을 반영해, 석탄 발전소보다 가스 발전소 운영비가 더 저렴해지는 ‘탄소가격하한제’를 도입했다. 수요의 감소, 재생 에너지 증가, 저렴해진 가스 발전소 운영비로 석탄 사용이 감소했다. 그럽 교수는 “영국의 마지막 석탄발전소는 2년 안에 문을 닫는다”며 “정책과 기술이 합쳐 낸 큰 성공 사례다”라고 소개했다.

그럽 교수는 영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에 이어 EU가 추진하는 목표도 살펴봤다. EU는 1990년부터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55% 감소를 목표로 했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이기도 하다. 그럽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전기’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그는 “전기차의 부상으로 전기가 운송 수단의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라며 “석유 의존도가 줄고, 전기차가 일반차량보다 저렴해지는 등 재생 에너지 사용 비용이 감소하면, 앞으로 10년간 발전 부분의 순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EU의 기후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한 그럽 교수는 남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에게 남은 가장 큰 도전과제는 엄청난 비중을 가진 화학산업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라며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했고, 세부 내용이 곧 나올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 ‘스마트 탈탄소 사회’ 실현할 좋은 기회
그럽 교수에 이어 토시 아리무라 교수는 일본의 탄소배출 목표에 대해 강연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6% 감축을 목표로 잡았다. 아리무라 교수는 “스마트 탈탄소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기화와 수소 발전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재생 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아리무라 교수는 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일본의 ‘신 에너지 혼합 계획(New Energy Mix Plan)’을 설명했다. 2050년까지 재생 에너지 사용률을 50~60%로 높이고, 원자력 에너지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부문은 30~40%, 수소와 암모니아 사용은 10% 정도로 늘리는 계획이다. 아리무라 교수는 “2050년까지 많은 부분에서 전기와 수소를 활용해야 한다”며 “화석 연료 사용을 완전히 없앨 수 없는 분야는 CCUS를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빌딩과 주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스마트 탈탄소 사회를 추구하지만, 한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도입하지는 않았다. ETS는 기업이 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아리무라 교수는 이를 지적하며 “ETS와 같은 탄소가격제를 도입하면 재생 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효율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시스템은 석탄에 낮은 세율을 부과하기 때문에 석탄 사용을 장려하는 격이다”라며 “새로운 조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리무라 교수도 그럽 교수와 마찬가지로 운송 수단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전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전기차 부상으로 전력 생산을 늘려야 하고, 전기차 충전소와 함께 연료전지차의 수소 충전소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리무라 교수는 일본이 추구하는 전기화와 수소 발전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정책 도입과 탄소배출 없는 수소 에너지 생산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오 교수의 강연을 시작으로 다섯 명의 연사는 20분 내외로 특강을 이어갔다.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는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기업·국제기구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기업의 ESG 경영, 그리고 지속가능한 기업의 자세 강조
기후에너지 정책 전문가의 특강이 끝나고 기업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대응에 대한 특강이 이어졌다. SK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SUPEX 협의회의 이형희 위원장은 SK그룹의 모범사례를 소개하고 기업이 ESG 경영을 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라고 부르는 ESG에 주목하게 된 계기를 언급했다. 그는 “기후문제가 심각해진 게 첫 번째 이유고, 기후위기가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책이 변하고 있는 게 두 번째 이유이다”라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관련 정책을 개정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에 대한 여러 규제 중에서도 경제에 민감한 영향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이같이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서 정책이 바뀌고, 바뀐 정책이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현재의 모습으로 봤다. 그는 “자본시장이 바뀌는 데 기업이 변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업이 ESG관점에서 나름의 방법론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그룹은 잘하고 있는 분야를 극대화하고, 취약한 부분은 합격선으로 올리는 전략을 세웠다. 회사가 정한 ‘ESG 핵심 지표 관리’로 3년간 현황을 측정했는데, 화폐화 방법을 사용했다. 기존 탄소배출권이 1톤당 2~3만 원이라면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가격을 10만 원으로 계산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용으로 환산한 개념이다. 이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썩는 포장재 개발 등 사회가 요구하는 제품의 기능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기의 90% 이상을 재생 에너지로 생산해야
특강 마지막 순서는 세계은행 홍이슬 에너지 분석가의 강연이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국제개발기구다. 홍 분석가는 6년 넘게 청정에너지 금융 분야에서 일하며 한국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도입을 이끌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은행의 노력을 소개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춰 특강이 진행됐다.

세계은행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 직후 5개년 계획인 ‘기후변화행동계획(CCAP)’을 발표했다. 홍 분석가는 “2016~2020년까지 첫 번째 CCAP가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뒀는지 평가하기 위해 내부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지금까지 재생 에너지 발전 용량을 최소 34GW 추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첫 CCAP 목표치인 30GW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였다. 홍 분석가는 “2021년부터 시작된 두 번째 CCAP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최근 탄소중립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는 ‘섭씨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90% 이상의 전기를 재생 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홍 분석가는 세계은행이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구현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 지도’를 만들어 왔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탄소세를 전력 시스템 모델링에 포함해 재생 에너지원이 후보 지역에서 충분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세계은행은 재생 에너지 발전에서 더 나아가 석탄·화력 발전의 점진적 폐기를 목표로 한다. 또 에너지 부분의 탈탄소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다른 청정에너지 기술 등도 지원한다. 홍 분석가는 “세계은행의 프로젝트는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재생 에너지 생산 등을 이유로 재정적 자원이 필요할 때 세계은행이 중대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2021 기후에너지 정책 세미나’는 (1)특강, (2)토론으로 나눠 연재됩니다. 지난 6월 4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영상은 유튜브 채널 ‘Global Academy for Future Civilizations’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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