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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피부(e-skin), 체온으로 전기 생산한다

2021-06-21 연구/산학

오진영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사람의 체온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 충격이나 상처를 입어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에너지 환경 분야 국제 저널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IF: 16.602)에 발표됐다.

오진영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 체온으로 전기 발생하는 열전 소재 ‘카본 나노튜브 클레이’ 개발
피부처럼 늘어나고 자가 치유할 수 있어
기존 배터리의 안정성 한계 넘어, 반영구적이고 친환경적인 웨어러블 전력원으로 기능

SF영화의 단골 소재인 전자 피부(electronic skin, e-skin)가 우리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차세대 전자기기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전자 피부는 컴퓨터, 핸드폰의 기능에 다양한 센서 역할까지 더해 전자기기와 인체가 기능적으로 결합한 차세대 웨어러블기기를 말한다.지금은 전자 피부를 물리적으로 붙이는 수준이지만 점차 몸 안까지 삽입되어 신체 안팎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전력원인데, 현재까지 전자 피부의 전력원은 배터리가 유일하며, 충전의 번거로움과 폭발의 위험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피부처럼 늘어나고 자가 치유할 수 있는 전자 피부 소재를 연구해온 오진영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사람의 체온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 체온을 전력원으로 활용하면서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전자 피부 특성까지 갖추고 있어 충격이나 상처를 입어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사람의 체온은 죽을 때까지 일정하므로 반영구적인 전력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에너지 환경 분야 국제 저널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IF: 16.602)에 발표됐다. (논문명: Thermoelectric energy harvesting electronic skin (e-skin) Patch with reconfigurable carbon nanotube clays)

오진영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카본 나노튜브 열전 클레이(carbon nanotube thermoelectric clays)는 사진처럼 늘러도 (좌측) 상처 혹은 인위적 손상에도 (우측) 형태를 복구할 수 있다.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카본 나노튜브 클레이’
핸드폰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기화학을 이용한 충방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휴대용 기기까지는 적합했지만, 반복적인 충전과 폭발의 위험성은 전자 피부의 전력원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었다. 오진영 교수는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람에게서 나온 에너지, 즉 체온을 활용하고자 했다. 체온은 열에너지로 이 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변환할 수 있다”라며 “체온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전자 피부의 반영구적인 전력원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연구의 출발점을 언급했다.

전자 피부 에너지 소재는 늘어나고, 자가 치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체는 굴곡져 있고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 두 가지를 만족하는 ‘카본 나노튜브 클레이(carbon nanotube clays)’를 개발했다.

오진영 교수는 “카본 나노튜브가 눈으로 보기엔 검정 파우더 같은데, 나노구조는 와이어처럼 돼 있다.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하듯이, 파우더에 점도가 높은 액상 첨가제를 섞으면 찰흙 같은 성질을 띠게 된다”라며 “모양을 다양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찰흙을 다시 합칠 수 있는 것처럼 상처 입었거나 분리됐을 때 자가 치유 능력을 발휘한다. 어떤 외력이 가해졌을 때 순응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특성(reconfigurable)을 보이는 것이다. 단순히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피부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특성 또한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본 나노튜브 클레이(carbon nanotube clays)를 적용한 전자 피부.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당기고 늘려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상처를 가해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열전 소재다.

소방관, 스쿠버다이버 등 특수한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 도움 될 것
이 소재는 열의 차이에 의해 전력이 발생한다. 겨울에는 바깥 온도는 차고, 그에 비해 우리 몸은 뜨겁다. 이때 전자는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움직이는데, 서킷을 만들어주면 전류를 이용해 전압을 발생시킬 수 있다.

오진영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건전지처럼 직렬, 병렬로 변경할 수도 있다. 현재는 전력이 상용화할 수 있을 만큼 높지 않지만, 지속적인 고성능 열전 소재 개발과 이를 입을 수 있는 옷 또는 붙일 수 있는 피부처럼 만들어 전신에 고효율 대면적 직·병렬 어레이 설계를 구현한다면 차세대 전자기기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특수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 예를 들어 소방관, 스쿠버다이버가 가혹한 상황에서도 체온을 이용한 자가전력으로 신체 바이오 시그널을 체크해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전자기기 플랫폼으로 전자 피부가 떠오르며 에너지 또한 차세대 이슈로 떠올랐다. 오진영 교수는 “체온을 활용하는 것이기에 환경오염을 덜 일으키는 친환경 에너지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소재 개발도 많이 해야 하고, 지금 바로 컴퓨터나 핸드폰에 적용하긴 어렵지만, 이번 연구는 원천 소재 기술 개발로서의 의미가 있다”라고 의의를 언급했다.

오진영 교수는 전자 피부 소재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전자 피부에 더 적합한, 자가 치유가 가능한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소재, 센서 소재, 디스플레이 소재 전반을 다룰 계획이다.

오진영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 사진 왼쪽부터 화학공학과 남태욱 16학번 학생(공동저자), 김민혁 석사과정 학생(제1저자), 김준수 석사과정 학생(공동저자), 오진영 교수.

석사과정생, 학부 연구생이 이뤄낸 값진 성과
이번 연구는 석사과정 학생과 학부 연구생 등 이제 막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 학생들이 이뤄낸 성과라는 데 의미가 남다르다. 오진영 교수 연구팀의 실험실이 없을 때 가천대학교 바이오나노학과 이태일 교수(공동교신저자)의 도움으로 가천대학교 연구실에서 연구를 시작해 실험실이 생긴 후 1년여 남짓 연구를 진행했다. 학부 연구생으로 연구에 참여한 남태욱(화학공학과 16학번) 학생은 “대학원 진학에 뜻이 있어 학부 연구생을 신청했다”라며 “수업과 병행하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실험실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1저자인 김민혁(화학공학과 석사과정) 학생은 “교수님의 조언대로 열심히 실험해야겠다는 바는 있었지만 이렇게 성과를 내니 이 성과를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연구에 대한 확신이 생겼고, 이번 연구 성과가 동료 연구자에게 일종의 자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민혁 학생은 타 대학에서 학부 연구생을 하며 유기 반도체,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관심이 생겨 직접 오진영 교수의 논문을 찾아보고 대학원에 진학한 경우다.

김민혁 학생은 “새로운 장비를 익히는 게 조금 힘들기도 했는데 매일 실험하며 나의 예측과 결과 데이터가 맞아떨어질 때 성취감을 느낀다”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실험 또한 이전 논문처럼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우수신진연구, 중점연구소, 선도연구센터(ERC)원자력연구개발 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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