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멤브레인 국산화, 희망이 움튼다”
2021-06-04 교육
캠퍼스타운사업단 창업 사례(2) ‘움틀’, 박성률 대표
국내 최초 바이오 산업용 멤브레인 제품 개발·제작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기반으로 정부 과제 선정 등 성과 이어져
‘멤브레인(Membrane)’은 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물질이다. 넓은 의미로 필터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하면 항체가 생긴다. 항체는 복잡한 구조로 제작이 어렵고, 미생물이 만들어줘야 한다. 미생물이 항체를 만들면 미생물과 항체를 분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항체의 크기와 딱 맞는 필터, 멤브레인이 필요하다. 일반 약품에는 멤브레인이 필요 없지만, 항체와 같은 바이오 의약품에는 꼭 필요하다. 멤브레인은 필수 재료지만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홍릉바이오의료창업센터에 멤브레인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이 있다. 캠퍼스타운사업단의 ‘2020 KHU 캠퍼스타운 창업경진대회’ 대상을 받은 ‘움틀(UMTR)’이 그 주인공이다. 바이오 의약품 멤브레인 필터 제품과 체외 진단기 등에 사용하는 NC(Nitrocellulose) 멤브레인의 국산화를 목표로 출범한 기업이다.
외국 부품 의존도 높은 제약 시장, 국산 멤브레인으로 도전장
제약 시장은 반도체 시장과 유사하다. 한국이 제작 능력은 우수하지만,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은 수입에 의존하는 점이다. 박성률 대표는 “외국 부품이 없으면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는 것처럼 의약품과 진단키트의 멤브레인도 수입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바이오 의약품의 생산 기지로 여겨지고 K-바이오, 진단키트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는 산업계의 흐름 속에서 국산화율을 높이고 싶다”라고 회사 설립 이유를 밝혔다.
2019년 12월 개업한 움틀은 회사의 성장 단계와 맞춰 제품 연구 계획을 잡고 있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을 먼저 개발해 판매한 수익을 발판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이템은 바이오 의약품 2개, 진단기기가 1개이다. 의약품은 연구용과 생산용을 나누었다. 연구용은 빠르게 제작·판매가 가능하지만, 생산용은 인허가가 필요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중간 시점을 이용해 진단기기용을 개발할 계획이다.
실험용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하는 이유는 ‘인지도’를 쌓기 위함이다. 실험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시제품 개발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많은 연구원이 대학 실험실에서 쓰던 제품을 직장에서도 사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연구원들에게 해당 멤브레인을 왜 쓰는지 물어보면 익숙함을 이유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물에 관한 민감한 부분을 다루는 연구자들은 장비 교체에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험실에서 먼저 사용하면 향후에 제품에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소기업에 좋은 성능과 낮은 가격으로 접근
바이오 제약 분야에 거대한 기업들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스타트업도 있다. 실험 비용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기업인데, 움틀은 이들과 함께 성장하려 한다. 기존에 시장에 출시돼있는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국산 멤브레인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도 민감한 실험이 아니라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이 동등한 움틀의 멤브레인을 선택할 수 있다.
진단키트용 제품은 아직 국내에 출시된 바가 없다. 코로나 신속 검사키트나 임신 진단키트에 들어가 있는 종이가 그것이다. 현재 움틀이 개발한 종이를 진단키트 제작 회사로 보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것도 의료기기이다 보니 진단기기 업체에서 부품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공고한 벽을 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움틀은 창업 이후 2년 동안 17개 기업·기관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투자계약과 제품 테스트 등 다양한 협약이었다. 박 대표는 이러한 관계를 위해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화학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연구 관련 공공기관의 연구원으로 이직해 연구 평가관리 업무를 수행했던 박 대표는 창업 휴직 중이다. 박 대표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계획서를 많이 검토했다. 이런 경험이 사업계획서 작성에 도움이 됐다. ‘좋은 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이랄까,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라고 말한다.
사업 초기의 단비와 같았던 경희대 캠퍼스타운사업 창업경진대회
박 대표와 경희대의 인연은 우연스럽게 찾아왔다. 창업 이후 회사 장소를 찾고 있었는데, 회사의 특성상 실험 공간이 필요했다. 이런 와중에 경희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의 창업경진대회를 보게 됐고, 바로 담당 부서로 전화를 걸었다. 실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싶었다. 해당 부서에서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경진대회에 참여해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현재 홍릉 바이오의료창업센터의 사무실과 서울바이오허브-바이오산학협력센터(구 이과대학)의 연구실을 배정받았다. 실험실 문제로 고심하던 와중 단비 같은 결과였다.
박 대표는 100건이 넘는 사업계획서를 썼지만 4개의 사업에 선정됐다. 멤브레인 제작이라는 기업의 목표가 불모지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경진대회 1등 경험이 없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라며 대상의 순간을 떠올렸다. 박 대표는 “선정된 4개의 사업 중 2개 정도는 우리를 가엽게 봐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웃음) 바이오 산업에 멤브레인은 필요하지만 멤브레인 제조는 국내에서는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고, 불모지 같은 분야라 측은지심이나 보듬어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참여해본 다른 사업들과는 다른 ‘기분 좋은 간섭’도 긍정적 요소이다. 박 대표는 “보통 사업들은 결과 발표 이후 끝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경희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은 좀 달랐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사업 선정 이후 예비 창업자를 위한 강의와 멘토링 등에 잘 참여하지 않았는데, 캠퍼스타운사업단이 먼저 ‘공간에 대한 고민을 알고 있다.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열심히 해달라’라며 연락해왔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조금 귀찮게 느껴졌는데, 통화 이후에 관련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게 됐다. 사업의 개선 사항도 함께 고민해줘 여러 부분에서 큰 도움도 받고 있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사회에서 받은 도움, 다시 환원하는 선순환 희망
다양한 지원과 움틀의 노력에 결실이 움트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유치 2건, 특허 등록 3건, 특허 출원 3건, 디자인 출원 2건, 상표등록 출원 6건 등의 성과를 냈고, 정부 과제도 4건을 수행하고 있다. 사업이 확장되며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인재 관리가 그것. 회사가 직원들이 선호하는 위치에 있어야 인재를 잡아둘 수 있는데, 사무실과 연구실이 서울에 있어 직원들의 호감을 살 수 있었다. 제조업의 특성상 사무실과 연구실 외에도 제품을 생산할 공장이 필요한데, 공장은 수원시 권선구에 마련했다. 인천시 송도에는 지점을 세웠다. 은행과 큰 제약사가 재무설계와 지점 공간, 멘토링을 제공해주고 있다. 송도 지점은 고객사와의 접근성을 고려했다.
박 대표는 경희대에서 받은 도움을 돌려줄 마음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움틀은 경희대라는 우수한 배경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나름대로 대학 안에 실험실도 있고, 생산을 경험할 수 있는 기업이다”라며 “인공지능과 같은 팬시(Fancy)한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은 적을 수 있지만, 관심 있는 분들은 우리의 문을 두드려도 좋다. 단순한 궁금증도 좋다. 힘든 상황이지만 우수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고, 움틀이 받은 도움을 다시 사회에 환원해 선순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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