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청년이 사랑하는 청량리를 꿈꾸다
2021-01-25 교육
2020-2 독립연구 우수사례(2) ‘청사진’, 청량리 전통시장 활성화 위한 온라인 콘텐츠 제작
전통시장에 관한 청년들의 고정관념 깨고 싶어, 친근한 청량리 전통시장 담아내
“학생이 만들어나가는 수업인 독립연구, 관심 분야 다룰 수 있어 재밌다”
대학 교양교육을 획기적으로 쇄신해온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글로벌 교양교육’ 구현을 목표로 학습권을 대폭 강화해왔다. ‘독립연구’가 대표적이다. 독립연구는 학생의 자율성, 창의성, 탐구력, 협동심을 북돋기 위한 교과로, 2016년 본격 시행돼 2018년 대학 내 모든 전공으로 확대되며 경희 교육의 새로운 특성이자 학풍으로 자리 잡았다.
독립연구는 학생이 개인이나 모둠별로 자유롭게 교과를 설계하고 담당 교수의 지도 아래 한 학기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연구(학습), 실천, 참여, 창업, 창직 등 모든 분야가 가능하다. 2020학년도 2학기에도 학생들은 관심 및 전공 분야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독립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주제가 많았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의료 지도를 제작한 이지(二地) 팀에 이어 청량리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한 ‘청사진’ 팀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청년이 사랑하는 진짜 청량리’. 청사진 팀 이름의 의미이다. 경영학과 19학번 김승우, 이우형 학생이 모인 청사진 팀은 청년이 즐겨 찾는 청량리 전통시장을 목표로 독립연구를 수행했다. 청량리 전통시장은 서울에서도 규모가 큰 시장으로 손꼽힌다. 장바구니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로 늘 분주하던 이곳도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주요 고객층의 연령대가 높은 것 또한 침체 원인 중 하나다.
서울캠퍼스가 위치한 회기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청량리 전통시장이 이렇게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찾지 않는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서 청사진 팀의 독립연구는 시작됐다. 청사진 팀은 전통시장에 관한 청년들의 선입견 및 편견을 깨고,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튜브에 채널 ‘청량상회’를 개설해 영상을 올렸다. 팀원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청년들은 왜 전통시장에 가지 않을까?”
Q. 독립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주제 선정 계기도 궁금하다.
승우: 우형이와는 경영대학 브랜드 마케팅 동아리 ‘손안에 브랜드(BMBR)’에서 함께 활동하며 입학 때부터 친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리빙랩(Living Lab) 프로젝트로 제주도에 다녀온 경험이 독립연구의 기반이 됐다. 대정읍 특산물인 마늘, 청보리, 방어 등을 활용한 상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였는데, 영상 파트를 담당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우리가 머무는 동대문구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마침 우형이가 독립연구를 제안해 함께하게 됐다.
우형: 우리는 청년들이 많이 가보지 못한 곳에 주목했다. 고민 끝에 떠올린 것이 ‘전통시장’이다. 학교와 아주 가까운 곳에 청량리 전통시장이 있는데, 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청량리 시장을 구경하거나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아무래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 비해 접근성, 위생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청년층의 관심을 제고하고 싶었다. 시장이 살아야 지역이 살아난다고 하더라. 시장이 살아나면 결국 그 지역에 사는 청년들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홍보 플랫폼에 관해 상의하다 현재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 중 하나인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홍보하기로 계획했다.
Q. 영상 콘텐츠는 어떤 내용인가?
우형: 청량리 시장 상인과의 대화 또는 인터뷰가 기본이다. 시작은 청량리 시장의 달인을 찾는 콘셉트로 청과물시장에서 과일을 잘 고르는 상인분을 인터뷰했다. 맛있는 사과, 배를 고르는 전문가가 상인회 총무님이셨는데 상자도 빨리 접을 수 있다며 다른 콘텐츠도 제안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다. 덕분에 재밌게 만들었다.
우리가 주변에 사는 대학생이다 보니 상인분들께서 먼저 “매대 빌려줄게. 여기서 장사 한번 해볼래?”라면서 대학생이 시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안해주시기도 했다. 바로 이런 부분, 동대문구에서 생활하는 청년이 만드는 콘텐츠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자 다른 콘텐츠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주변 청년들의 생각까지 알아채 홍보에 적용할 수 있다.
승우: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왠지 두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사실 상인분들은 굉장히 친절하시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이러한 부분을 알리고자 상인분들의 웃는 얼굴을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했다. 또한 자취생이나 주변 청년의 구매를 막는 선입견 중 하나가 대량으로 사야 한다는 것인데, 요즘엔 핵가족이 보편적이고 1인 가구도 워낙 많기에 소량으로 많이 팔고, 밀키트도 제작한다고 하시더라. 이런 부분을 어필하면 청년들이 시장을 애용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독립연구는 마무리했으나, 계속해서 유튜브 채널은 운영할 예정이다. 아직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많다.
대학 밖의 사람들에게도 재능 나눌 수 있는 경험
Q. 독립연구를 수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승우: 9월 21일 상인분과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 시장에 불이 났다. 점포와 창고 등 20곳이 불탔다. 추석 전이라 피해가 컸다. 독립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화재 피해에 대해서도 알릴 방법을 찾고 있다. 코로나19와 화재로 목표한 것만큼 진행하지는 못해서 아쉽기도 하다. 지금은 상인 위주의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나중에는 시장 전체로 확대하고 싶다.
Q. 독립연구를 수행하며 얻은 바가 있다면?
승우: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실전에서 활용했다는 게 의미 있다. 독립연구는 내가 하고 싶은 주제로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하니까 훨씬 더 재밌다. 직접 기획하고, 교수님께 먼저 제안한다. 교수님 위주의 수업이 아니라 학생 위주의 수업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독립연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우형: 대학 밖의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독립연구뿐 아니라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의, 전공 강의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배웠는데 독립연구를 수행하며 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갈 곳을 우리가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하며 진로 찾아
Q. 이제 2학년을 마쳤다. 대학 생활하며 느낀 점이 궁금하다.
승우: 학생부종합전형(네오르네상스)으로 입학했는데, 입학 후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 라이언에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때 자신감을 얻어서 고등학생들에게 나의 팁, 경험을 알려주는 유튜브를 시작했고 영상 관련 활동을 이어오며 경험을 쌓았다. 영상에 대한 관심이 독립연구까지 이어진 셈이다.
앞서 언급한 리빙랩 프로젝트는 산업디자인학과, 시각디자인학과, 조리·서비스경영학과 등 다양한 학과의 친구들과 함께했다. 모슬포 5일장에도 나갔는데 시각디자인학과 학생이 만든 홍보물을 구입할 수 있냐고 물을 정도로 다들 역량이 뛰어났다. 그래서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생각의 크기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
우형: 2019년에는 승우와 학생회 활동을 함께 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기획한 행사에 참여하고, 누리기만 했는데, 직접 기획하고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드는 주체가 됐다. 그러면서 디자인 역량을 쌓고 싶어 일러스트를 배우고 관련 자격증도 땄다. ‘경희 70주년 맞이 평화의 섬 순례’도 다녀오며 동문의 사랑도 느꼈다. 주도적으로 대학 생활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도 세웠다.
Q. 향후 계획은?
승우: 우형이도 나도 추구하는 방향이 뚜렷해 취업보다는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 아이템을 찾는 중이다. 그래서 이번 독립연구를 더욱 재밌게 할 수 있었다. 오비스홀 4층에 가면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놓은 곳이 있다. 창업 후 그곳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싶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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